줄곧 노동이라는 키워드 아래에서 작업을 했다. 내게 노동은 무엇일까? 노동이라는 것은 아주 개인적인 것인데 나는 왜 이것에 격한 감정이 있을까. 습도. 온도. 촉각. 먹먹함 등의 감각으로 노동을 기억한다. 이것에 대한 감정이 만져지지 않지만, 차가운 안개처럼 나를 감싸고 있다.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내 부모는 이혼했고 형과 엄마와 살았다. 1990년대 초, 30대 여성이 남자아이 둘을 키우며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쯤, 우유 배달을 했던 엄마는 새벽 3~4시면 되면 나와 형을 깨웠다. 깜깜하고 꽝꽝 얼어붙은 시골 마을 누비며 집집마다 우유를 배달하는 것이 두려웠을 것이다. 자는 척하며 버팅기다 마지못해 따라나선다. 당일 배달해야 하는 우유를 냉장창고에 들러 챙긴다. 분명 외부 온도가 내부보다 낮은데 왠지 냉장고의 냉기가 더 강하다. 엄마의 차는 티고였는데 상자째로는 우유를 많이 실을 수 없다. 그래서 내가 뒷자리에 먼저 앉고 바닥부터 내 가슴팍까지 박스 안 우유를 차에 털어 넣는다. 그렇게 충청남도 아산시에 있는 현충사 뒤, 도로라는 것이 없는 황골이라는 동네를 누볐다. 그렇게 우유와 내 체온이 비슷해질 때쯤 몸 위로 쌓인 우유를 털어내고 다시 공허한 일과를 시작한다.
   우유배달, 짜깁기(옷의 구명을 한 올씩 기워 메꾸는 작업), 5,000명 신도를 보유한 교회의 사찰 집사 등 엄마의 노동, 근로 등등의 현장은 급했다. 그 급급함은 우리를 각성시키고, 각성에 위험과 위기를 느끼는 감각에 무뎌졌다. 엄마로부터(내 의지는 아니었으니) 물려받은 노동의 감각이 내게 짙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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